[생각] 스케치 잘하는 방법 어디 없어요?
2020-12-9 최근에 문득 깨달은 결론, '정해진 방법은 없다'. 스케치를 하다보면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지우고 다시 그려도 너무 힘들어 쳐다보기 조차 싫어 지우개로 지워보지만 연필자국 조차 맘에 들지 않는다. 차라리 새 종이로 다시 시작할까? 학생 시절 선생님의 스케치를 보며 진했다가 연하게, 연했다 다시 진해지는 선의 리듬감(선의 강약을 주는 것)에 반해 흉내를 내본 적이 있다.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지만 나름 그럴싸하다고 여겼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선의 리듬감은 ‘일부러’ 만드는게 아니라 구조나 상황에 맞추어 그리는 중에 ‘저절로’ 생긴다는 사실을 최근 깨달았다. 예전에 구조를 생각하며 3D로 보이는 것 처럼 그리라는 말씀을 선생님께서 해주신 적이 있다. 이해한 것 같았지만 실천은 어려웠다. 사물과 사물이 맡닿는 부분은 진하게, 그렇지 않은 부분은 연하게, 평면에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넘어가는 부분이나 햇빛을 받는 부분은 연하게 스케치해야 한다거나, 선이 아니라 덩어리를 중시해야 한다는 점, 보이는 것에만 치중하지 말고 구조를 생각하며 그려야 한다는 설명을 머리로는 받아들였지만 그게 손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다행히도 최근에 상황이 좀 달라졌다. 그림을 그리다 맘에 들지 않아 수정을 하는 중에도 재미를 갖게 된 것이다. 심지어 중간에 잠시 딴 생각을 하다가도 다시 시작하면 빨려들어가듯 집중해 그린다. 아마 예전같았으면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상황임에도 지우고 다시 그리는 과정이 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선을 긋고 지웠다가 다시 천천히 시작하는 이 모든 과정이 즐겁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금보다 더 멋진 스케치를 갈망한다. 스케치 더 잘하는 방법 어디 없어요?